AREMFDTM 374







Anillo Roto: Este matrimonio fracasará de todos modos 374

El río fluye hacia el mar, pero no logra llenarlo (40)




맺는 장. 바람은 그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이네스, 오늘도 좋은 바람이 부는 하루다. 지금쯤 너는 게으른 고양이처럼 우리 침대에서 눈을 뜨고 있겠지. 네가 돌아갔을 멘도사에서도 부디 평온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길.

칼스테라에서 출항했던 것이… 그러니까, 널 마지막으로 본 아침으로부터 이제 오늘로 12일째야. 벌써 네가 보고 싶다기엔 이미 칼스테라 군항을 떠나는 순간부터 그리웠으니 조금은 염치가 없는 말이겠다. 나는 네가 언제나 보고 싶거든. 벌써 네게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다소 염치가 없겠지. 그 또한 역사는 비슷하니까.

어제는 꽤 성공적인 첫 전투를 치렀어. 좋은 시작이지. 이전에도 자질구레한 교전은 몇 차례 있었지만 대부분 전초전에 가까웠고, 우리가 ‘첫 전투’라 부를 법한 규모는 어제가 처음이었어. 부상자는 거의 없었고, 약간의 수리가 필요한 전열함이 두어 척 있지만 아주 양호해. 그리고 네 사내는 아직 다친 곳 하나 없이 무사하다.

우리 함대는 지금 파나베 해를 지나는 중이야. 그 유명한 일레 타샤를 가장 가깝게 지나고 있지.

어제부터 네게 보여주고 싶은 광경들이 자꾸만 눈앞을 지나간다. 칼스테라의 바다는 짙푸르지만 이곳의 바다는 사방이 네 눈을 닮은 감람색이고, 기암괴석과 작은 정글이 한데 어우러진 작은 섬들이 계속 이어져. 로고르뇨처럼 바다에 절벽으로 뚝 떨어지는 모양은 잘 없고, 대부분은 하얀 모래톱을 가졌지. 정오 무렵이면 그 안에 섞인 사금(沙金)들이 눈을 부시게 한다. 저게 다 돈이 아니냐고 혀를 찰 네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조금 웃었어.

마침 기함에 그림을 잘 그리는 포병이 있더라. 상관 몰래 그리다 딴짓이나 한다고 머리를 얻어맞고 있기에 그림이나 보자 했더니 제법이더군. 따로 차출까지 해 그리게 했는데도, 역시 전부 다 네게 직접 보여주고 싶어.

오늘 새벽에는 숲 머리 위로 떨어지는 폭포도 보았고, 괴물처럼 커다란 새들이 이틀 전부터 간간이 우리 머리 위를 날아가. 저것들은 작은 아이나 염소도 채갈 수 있다고 알려졌대.

다음에 너와 이곳에 오게 되면 저것들이 널 채가지 않도록 꼭 안고 있어야겠다. 네가 아무리 갑갑하다 불평해도 잠깐도 놓아주지 않을 거야. 이네스 넌 정말이지 작고 소중하니까….」

—…정말이지 우습지도 않아서.

작고 소중하긴 개뿔… 이 정도면 여자 중 큰 키라고 몇 번을 말해주어야 제 아내 키가 번듯하니 큰 것을 알아줄까. 제가 커서 눈 달린 곳도 높은 것은 알겠고, 저 아닌 어지간한 인간은 다 작아 보이는 것도 알겠지만…. 그래도 이네스는 웃었다. 작다는 것에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어도, 그 팔에 소중하게 안겨있는 일은 마음에 드니까.

그 뒤로 「이네스 에스칼란테는 소중하다는 비유는 실로 부족하며, 세상 가장 귀중하고 중차대한 존재….」라는 부연이 구구절절 뒤따랐다.

「……어쨌거나 뒷갑판에서 보는 광경이 하나같이 황홀하니 너도 큰 불만은 없으리라 생각해. 여기 있으면 잔뜩 들뜬 네가 날 마구잡이로 예뻐할 것이 상상될 정도야.

내게 매달려 내 온 얼굴에 키스를 퍼붓고, 날 잡아먹을 듯 깨물어댈 게 선해. 아프지도 않겠지. 빌어먹게 흥분만 될 게 분명하다. 아, 지금도 생각하다 발기한 것을 알아? 이네스 네가 이를 세운 것을 떠올린 것만으로 섰어. 여기에 드러누운 내 위로 올라타서는 귀엽게도 몸을 비비적거리겠지. 그러고는 후하게도 내가 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집적거리는 것을 받아줄 거야. 그럼 난 네가 귀여워서 그만 죽고 싶어질 테고….」

그러잖아도 세상에서 죽었다 하는 데다, 제 아내까지 그 사실을 이용해먹은 판국이었다. 이네스는 펜을 들고 ‘그만 죽고 싶어질….’ 위에 선을 쭉 그었다. 부정 타게 비유도 꼭 이런 걸 써…. 네가 너무 예뻐서 죽고 싶다, 귀여워 죽겠다, 그리 떠들어대던 꼴도 이제 그녀는 찝찝했다. 그러고는 잠시 망설인 끝에 ‘빌어먹게 흥분만 된다’ 위에도 줄을 쭉 그었다.

카셀이 저렇게 죽은 것으로 알려지고, 저마저 벨그라노든 어디서든 잘못되어 있었더라면 이 ‘유실물’은 분명 다른 사람들 손에 열렸을 것이다. 높은 확률로 그의 부모님이겠지… 제 아들이 전사하고 며느리가 옥사했는데, 애틋하게 열어본 편지에 이딴 것이 적혀 있다면 나오던 눈물도 도로 들어가 자취를 감출 것이 분명하다. 죽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성질머리가 이보다 더 더러워서 또 홧김에 죽어버렸다면 어쩔 뻔했담….

이윽고 ‘발기’ 위로 덧칠에 가깝게 여러 줄이 그였다. ‘섰어’도 매한가지로 검게 칠해질 기세로 가려졌다. 꼬박 반년도 더 전에, 그것도 그 아름답다는 일레 타샤의 대자연을 지나는 화창한 아침에, 멍청한 에스칼란테가 저를 생각하다 금세 발기했을 꼬락서니를 생각하면 애틋한 기분도 눈물도 스르르 자취를 감추었으니까.

어찌된 게 이놈의 음담패설은 편지 네댓 통에 한 번 꼴로 등장하지 않는 법이 없었다. 수치도 모르고 내뱉는 온갖 낭만적인 말로 저를 홀리다, 갑자기 전혀 위화감 없이 자기 아랫도리 사정이나 적어놓다니…….

집으로 감히 전사 통지나 오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저도 그 꼴을 즐겁게 상상해 보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호세가 왔던 날 이사벨라가 울다 죽을 듯이 통곡하던 것을 잠시만 회고해도 가슴이 찢어질 듯하면서… 정말로 자신이 그때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안도만 드는 것이다.

이네스는 ‘올라타고’, ‘비비적’, ‘집적거리는’ 따위도 검게 칠하고 다시 애틋한 얼굴로 돌아갔다.

「원정이 끝나면 얼른 이곳에 널 데려오고 싶다, 이네스.

그 전에 청소가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이쪽은 돌아오는 길에 조금 더 손을 볼 작정이야. 네 앞을 가로막는 저 잡스러운 사략선들 따윈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살펴도 보이지 않게 할 것을 약속한다.

그러고는 이네스 널 기필코 이곳에 데려와서, 네가 내게만 헤프게 웃어주는 나날을 내 온 영혼으로 만끽해야지.

내 똑똑한 이네스, 물론 넌 언제나 내 어리석음으로는 감히 뒤쫓기가 어려운 고차원적인 속내를 지닌 여자야.

그러나 가끔은 그런 네 속내도 이 파나베의 물처럼 투명하게 비칠 때가 있다는 것을 아는지.

넌 언제나 다정하고, 근사하고, 고상하면서,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사납기까지 한 완벽한 페레즈 여자지만, 잠시라도 기분이 좋을 때면 정말 날 좋아해서 주체가 안 되는 것처럼 내게 웃어주곤 해. 그야말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이젠 날 그리 뻔하게 본단 말이야? 아니, 이제 내가 그리 뻔하게 다 보인단 말이야…? 잠시 자존심이 상한 것처럼 이네스는, 흡사 다시는 웃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듯 양 광대를 꾹꾹 눌렀다.

그러나 카셀의 단정한 필체가 저 스스로 행복한 구간마다 바짝 힘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무섭게 맥빠진 실소가 흘러나왔다.

그야말로 꾹꾹 더 눌러쓰인 듯한 흔적.

‘너도 내가 좋지? 그렇지?’ 하고 묻는 들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대체 주체를 못하는 게 누군데……. 화살은 돌리면서도 입가로 스멀스멀 웃음이 흘러나왔다. 생각만 해도 주체가 안 되긴 했다. 카셀이 입버릇처럼 ‘귀여워 죽겠다’ 말하는 심정을 알 것 같기도 했다. 절대로 그딴 사유로 죽진 않겠지만.

다시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기분이 돌아왔다.

「그렇게 세상을 다 가진 듯 날 보며 웃는 네 얼굴이 좋아. 이네스. 내가 그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네게 이해시켜야만 한다면, 반드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좋은 말을 끌어와야만 할 거야. 그러고도 부족하다는 말로 끝내 널 허무하게 하겠지….

때때로 네가 내게 웃어주는 순간이, 백 년은 그것만 기다린 양 기쁘다는 것을 너는 알까.

이네스. 내 이네스. 난 당연히 언제고 네 것인데도, 그 사실을 기꺼워하는 네가 기뻐. 날 특별한 놈처럼 바라보는 네 눈이 기뻐. 네가 내게만 허락하는 모든 것이 빌어먹게 기꺼워…. 겨우 나 같은 놈을 가진 것으로 세상을 다 가진 양 네가 콧대 세우며 으스대는 것을 떠올리기만 해도 사랑스러워 돌아버릴 지경이야. 네게 더 자랑스러운 놈이 되고 싶어서 가끔은 그 충동을 견딜 수도 없어.

아마도 잠깐은 내가 네 세상의 전부가 된 듯한 착각이 황홀해서겠지… 그 잠깐이 영원하길 바라기 때문이겠지. 내가 매일같이 너의 세상이기를. 내게 있어 네가 세상과 다를 바 없듯이.」

뻔뻔하기 짝이 없는 에스칼란테. 어제는 총질이나 하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는, 이미 제 아이까지 품고 기다리는 아내를 향한 불필요한 구애로… 정말이지 그 불필요한 짓에 진정과 성의를 다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반년 전의 카셀이 기가 막혔다.

이미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졌는데 대체 구애로 뭘 더 이룩하겠다고….

「이젠 너 외에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일레 타샤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네가 저것들에 홀려있는 동안 난 네 얼굴이나 바라보기 바쁠 것을 알아. 풍경이 바뀌는 것은 네 풍부한 표정이 시시각각 바뀌는 일로 알 테고, 네 눈에 지금 이 순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네 눈의 반짝임으로 알게 되겠지.」

그러니까 대체 뭘 더 얻겠다고 이런 말을.

「그러나 너는 불행히도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수 없으니, 내가 널 보는 동안 너도 달리 바라볼 만한 것이 필요하겠지…….」

제 반질거리는 낯짝이면 족하지 거기에 무얼 더하겠다고…. 카셀이 그녀를 세상 어디로 데려간들, 그들은 절경을 목전에 두고도 서로의 얼굴이나 보기 바쁠 것이다.

분명 아주 빌어먹게 꼴사나운 한 쌍이겠지.

「그래서 네게 일레 타샤를, 세상의 진귀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평생 보여주고 싶다. 네가 행복하게 세상의 사방을 돌아보는 동안에, 나는 그런 널 바라보는 일로 족한 평생을 사는 거야.

그리고 나는 그것이 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보다 근사하다고 감히 확신한다. 너는 이 먼 곳에서도 네 생각 한 점으로 날 행복하게 하니까.」

카셀 에스칼란테의 꼴사나운 애정 만큼이나, 그녀도 제 스스로의 꼴사나움은 이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바… 하물며 세상이 전부 죽었다는 남자를, 이제는 저 홀로 곧 귀환할 것이라 생각하고는 유품을 헤집으며 웃고 있지 않나.

가족들도 이제는 그녀를 ‘현실을 부정하다 미쳐버린 것만은 분명하나 차마 그 사실을 지적하기는 어려운’ 상대쯤으로 취급하는 형국이었다. 이네스는 심지어 그것에 항변하지도 않았다. 아무도 소리를 안 내는데 지레 바락거리면 정말로 미치다 못해 제 발 저린 꼴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단지 제 할 일이나 하며 이전처럼 그를 기다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카셀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거야말로 제정신이 아닌 꼴로 보일 것은 전혀 괘념치 않고서.

‘카셀이 돌아올 때까지 무료하니 하루에 딱 한 통씩만 편지를 열어보기로 했어요.’, 그렇게 말했을 때는 어땠더라. 그 말을 가장 먼저 들은 후안과 이사벨라에게는 정말로 모든 비언어적 신호를 통한 안쓰러운 염려를 한 몸에 받았다. 루시아노는 한동안 누이의 머리만 쓰다듬었고, 후아나는 말없이 울었으며, 그 옆에 있던 라울은 조용히 쥐새끼처럼 빠져나가 레오넬에게 경과를 보고했다. 레오넬은 연신 혀를 찼고….

그래. 그러니 기꺼이 중증이라 할 수 있지. 그녀는 정말로 그런 것에 괘념치 않고 싶었다. 이제는 하루하루 보고 곱씹을 거리도 있고, 아이가 태어날 날도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네가 준 모든 행복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보고 싶다. 이네스. 정말로.」

나도 그래. 대답인지 충동인지 모를 말이 입안을 어른거렸다. 이 편지를 쓴 사내가 세상에 이미 죽고 없다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 생각하고는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살아있는 것을 아는걸. 살고자 믿는 것이 아니라, 믿기에 살 수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성상의 발등 위 음각을 생생하게 떠올리다, 마치 자기 손으로 성상을 파괴했던 것처럼 파편이 도로 허공으로 날아가고 성상이 본래대로 일으켜 세워지는 모습까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고는 까마득히 높은 사도의 얼굴을 응시한다. ‘니바르도’보다는 조금 더 늙고, 틈 없이 완벽한 얼굴.

다시 시선을 내리고, 이제는 성상을 파괴했던 그의 뒷모습을 떠올려 본다. 가슴이 저릴 정도로 처절한 꼴을 하고 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네스는 이제 완전히 시선을 내려 다시 그의 편지를 보았다.

아무리 봐도 사도에게 제 아내의 이름이나 질리도록 조잘거리다 도로 쫓겨날 근성인데.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웃다가 잠시 애달프게 종이 위를 매만졌다. 그리고는 빈 종이를 그 위로 끌어다 놓았다.

「Kassel, mi vida.

(카셀, 내 삶에게.)」

—이걸 보면 또 좋아 죽겠다고 난리겠는데….

「네가 죽는다는 말에는 이제 정말이지 신물이 나. 그러니까 내 삶인 것이 좋아 죽겠어도, ‘이 정도면 살 만하다’ 하고 애써 의연하게 여기길 바라.

어쨌거나 오늘도 좋은 아침이야. 카셀. 그리고 네게도 그런 아침이었기를 기도해. 너의 무사를, 오늘의 새로운 은총을 기도해. 신께서 부디 네 눈이 되어주시고, 팔과 다리가 되어주시며, 이제는 그만 일어날 때가 되었으니 네 따귀도 한 번쯤 날려주시길 기도해.

내 예상과 달리 이제 나는 널 닮은 부지런한 아이들 덕분에 새벽같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단다. 정말이지 너 때문에 피곤해 죽, 아니, 미칠 지경이야. 그것들은 어찌나 많이 먹고 어찌나 많이 자야 하는지….」

***

그 무렵, 라스 산디아고 제도 남부 감벨라.

—…….

보이지 않는 미지의 손에 따귀라도 맞은 양 카셀 에스칼란테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가 바다로 추락한지 꼬박 33일이 지난 때였다. 라만차 해적의 잔당이 그를 태초의 부족처럼 둘러싸고 감시하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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