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llo Roto: Este matrimonio fracasará de todos modos 373
El río fluye hacia el mar, pero no logra llenarlo (39)
함께 떨어져 너절해질 이유가 없었다. 그는 뭉그러진 썩은 과일처럼 형태의 절반이 폭삭 내려앉은 오스카르의 죽은 얼굴을 오싹하게 떠올렸다. 살면서 본 적 없는 죽음의 몰골이었다. 견딜 수 없는 오욕은 아들의 시신을 떠올리는 순간 고스란히 본능적인 공포가 된다. 절반만 남은 얼굴이 저를 소름끼치게 닮아있었다. 상상해본 적도 없는 가장 끔찍한 죽음이 계속 자신의 근처를 어른거렸다.
이 몸이 그리 죽을 수 있다고.
제게도 사랑하는 아들이 치욕이었으며, 아들이지만 위대한 오르테가를 건사할 재목이 잠깐도 아니었던바… 마치 팔과 다리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공명정대한 오르테가를 위해 아들을 저버렸노라고. 저라고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이제야 생긴 명분은 그에게 달갑지도 않았다. 후계자 따윈 어린 계집애들을 데려다 누구 하나 후사를 품을 때까지 안으면 그만이지만… 그는 그다지 자신하지도 못하면서 아주 쉬운 일처럼 치부했다. 그렇지, 후사 따윈 방사에 심취하면 그만이고 한동안 아주 즐거울 수도 있을테지만, 지금을 그르치면 역도들의 그 다음 표적이 된다.
이미 발레스테나 계집이 대단한 희생양이라도 된 양 일으킨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그는 체면치레처럼 일부만 잡아내 본보기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저 역도들을 자극할 심산이 전혀 없었다. 황통 전체를 뒤흔드는 반란을 감수할 가치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원흉인 발레스테나 계집에게는 연기에 잠깐 그을린 자국조차 없고, 그 마녀 같은 년에게 휩쓸린 짐승들에게는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텐데….
역도. 짐승. 그래, 이제는 무지하고 미개해 가여운 신민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역도들이지.
그가 초조한 입술을 짓씹으며 자신을 죽일 듯 달려드는 카예타나를 테이블로 세게 밀쳤다. 쓰러지며 테이블에 부딪히고 만 머리를 떼지 않은 채, 그녀가 눈만 치켜들어 황제를 노려보았다.
—…당신이 그 애를 저 버러지들 사이로 내몰았어! 저 스스로 이미 아무런 구실도 못하게 된 것을 알면서, 그 사지로 내몰았어… 정신이, 정신이 나가버렸어도 당신의 아들이었잖아. 정치적으로 실각하였어도 하나뿐인 아들이었어! 어떻게 그딴 식으로 죽게 내어줘!
—짐이 놈을 떠밀었나?
—그러고도 치욕스럽지도 않아! 수치스럽지도 않아! 네 아들놈이 길바닥에 깔려 죽었다는 모욕을 어찌 안고 살려고!
깔려 죽기만 하였으면 다행이지. 황제는 아직도 아들의 죽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카예타나를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어찌 죽었는지 안다면 영영 미쳐버리겠지. 도통 저밖에 모르는 에스칼란테의 공주로 태어나, 그 이기적인 머리로 저도 모후랍시고 입에 발린 사랑이나마 지껄인 여자니!
마치 오스카르는 그녀 홀로 낳은 듯,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되삼키는 혓바닥 위로 사실은 견딜 수 없는 공허한 모욕감이 스며들었다. 분노로 덜덜 떨리는 손이 그녀를 내려치려는 듯 높이 들렸다가, —이딴 것도 에스칼란테 것이니…. 하고 뇌까리는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 꼴을 카예타나가 도로 비웃듯 테이블 위의 물건을 잡히는 대로 그에게 집어던졌다. 어깨에 문진이 들어맞자 황제의 반듯한 입매가 무색하리만치 꼴사나운 비명이 새어나왔다.
—병신 같은 놈이 제 아내를 따라 살겠다고 정신을 차리기 무섭게 도망친 것을…!
—발렌자에 이미 병신 같은 피가 흘러! 그 애가 얼마나 병신 같은 놈이건, 그리 죽지는 않아도 됐잖아. 적어도?.
—?이제 와 어미 행세는!
—네가 아비 구실한 적도 없는 것에 비하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을 어미야! 정말로 네 손으로 내밀었어? 그래? 내가 분명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잘라낸 것을…… 설마 거래를 했어? 일부러 내어준 거야?
—미친 소리를 하고 있군. 오스카르를 저 꼴로 만든 것은 짐이 아닌 황후의 에스칼란테지. 제 아들을 친정에 팔아먹은 몸뚱이를 에스칼란테로 도로 끌고 가 네 오라비 앞에 내던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음은 당신일 거야.
그녀가 한 자 한 자 힘주어 다시 저주처럼 말하고 기이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다음엔 네가 끌려나가 죽을 것이라고. 모르겠어?
—이, 이….
—카셀이 전사했다는 부고를 듣자마자 잔뜩 겁에 질려선, 오스카르 저놈을 당장 짐에게서 멀리 떼어놓으라 바락바락 소리나 지르며 대단히 빌빌거렸지. 응? 혹여 저 바깥의 버러지들이 궁정 안까지 밀고 들어와 네 아들을 해하고 너마저 해할까 봐. 그 잘난 빨간 머리 한 가닥이나마 상할까 두려워서.
—네 멍청한 귀에 몇 번을 더 속삭여 주랴? 황제와 황태자는 같은 배에 승선하지 않는 것이 황실의 엄중한 관례다.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살아야 하니까. 그럼 당장 궁정으로 폭도들이 밀려드는데?.
—육지에 멀쩡히 두 발 딛고 서선 지랄같은 헛소리를.
—카예타나!
—막시밀리아노 발렌자, 분명 네 처가 불허하였는데.
불과 이번 여름만 해도 제 오라비가 다칠까 눈도 마주치지 못하던 것이, 어느새 어릴 때처럼 거만하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다. 근래의 일들로 그에게 꽤나 우위를 점했다는 듯이. 아. 이제는 아들이 없어 잠깐 멈칫할 조심성조차 없나? 막시밀리아노는 흡사 태생적인 열등감이 튀어 오른 양 그녀를 짓눌러버릴 듯 응시했다.
에스칼란테 전체를 함정에 빠트렸던 그때. 제 아들을 인질 삼아 그 오라비의 손발을 묶어버리고 반역 외에는 무엇도 생각할 수 없다 말하였을 땐 무릎으로 걸어와 호소했지. 그는 고소를 금치 못했다. 그게 정작 제 아들의 머리통에서 튀어나온 것을 알면 이 여자는 어찌 될까. 네가 그토록 잃어버린 충격에 곱씹는 아들이 사실은 너를 아주 미워했었다는 것을 알면….
—저 폭도들만 아니면 네 숨통이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처럼 한심하게 병사들로 궁정을 수십 겹도 더 에워싸게 해놓고선?.
—?누가 수십 겹을 둘러싸! 더러운 날조 같으니!
—그럼에도 내 조카가 죽으니, 폭동이 당장 어찌되어 이 방까지 밀고 들어올 것처럼 그득 공포에 차서는….
—…….
—그래. 그렇게 갑자기 저놈을 당장 내보내라 빌빌거리며 둘 중 하나는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게 너 혼자 살겠다는 것이 아니면? 네 안전한 집 바깥으로 성치도 않은 네 아들놈을 내보낸 것이 그럼 무슨 의미였기에?
—이 승냥이 같은 계집… 네가 ‘불허하였기에’ 짐은 무엇도 하지 않았다. 오스카르놈의 어리석은 비가 부군을 위한다며 끝내 섣불리 움직인 것이지!
—불허했으니 네 정신나간 며느리마저 붙잡고 우회했겠지. 너는 네 형의 제위에 오를 것이 아니라 오며 가며 협잡꾼이나 했어야 적당할 인사야. 그마저도 재주가 없어 비참하게 쫓겨났겠지만.
—그나마 방금 떠난 네 아들을 생각해 짐이 계속 그 무엄한 언동을 인내하고 있음에 감격해라.
—감격스럽고말고! 알리시아를 붙잡고 속살거린 것이 결국 네 짓이었어. 널 뒤쫓던 들개한테 제발 저리 가라며 피 묻은 고기라도 멀리 던져주듯이, 그저 그렇게 네 아들을 저기에 던진 것뿐이면서 위급 시 황통의 보존을 운운하다니… 그래서야 부황께 고개나 들 수 있겠어?
—건방진…!
—알리시아!
카예타나가 문밖을 향해 고함을 질러 알리시아를 불렀다. 분명 갈라놓았건만 어찌 숨어들어 갔는지 황태자에게 억지로 각성시키는 약을 삼키게 하고, 그를 시종처럼 꾸미고 저도 시종으로 위장해 황제의 다른 시종들과 서둘러 궁정을 빠져나갔던 황태자비는 옷이 뜯겨나가고 마구잡이로 군중에 얻어맞아 처참한 꼴이었다. 그러나 더 처참한 것은 넋이 아예 다 나간 눈이었다.
제 목숨보다 소중하다더니 제 남편이 찢겨죽는 와중에 잘도 저 홀로 살았지… 황제가 못마땅한 듯한 시선으로 알리시아를 응시하자, 알리시아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나 황후와 눈을 마주하자 감히 울 수도 없다는 듯 아예 공포에 질린 낯이 되었다.
카예타나에게 제 남편과 어찌 나가게 되었는지는 실토했으되 어찌 죽었는지는 감히 아뢰지 못한 것이 틀림없었다.
—알리시아, 황제께서 네게 처음에 무어라 하셨다고 했지?
—…그의, 모후조차… 그를 지켜주지 않으실 것이라고…… 황후께서 이제는 전하를, 저버리실 참이라고, 하시었어요….
—아아.
—……그를 구할 수 있는 것, 은, 오로지 저뿐이라고.
황제는 저를 앞에 두고도 더 무서운 존재라는 듯 황후를 향해 실토하는 알리시아를 기가 막힌 채 바라보았다.
—그가 영영 잘못된다는 걸, 생각만 해도 두려워서… 그래서…….
—그래서.
—나가서, 바르카에 몸을 숨겨 때를 기다리면 된다고…. 때가 올 것이라고, 오스카르 님의 아이를 다시… 품으려면…….
일전에 분명 저 손에 잡혀들어가기 전만 해도 저렇게까지 멍청한 아이 같지는 않았건만. 대체 끌려가 무슨 짓을 당한 건지 카예타나만 마주하면 도살장에서 제 차례를 기다리는 돼지 같은 꼴로 알리시아는 가련하게 떨었다. 그러나 황제로서는 카예타나가 그녀를 살려둔 것이 도리어 의외였기에, 별 의구심도 관심도 두지 않은 채 이제 쓸모를 다한 알리시아로부터 시선을 떼어냈다. 그가 몇 마디 찌른 허술한 말을 절박하게 받아든 것만 해도 당장 카예타나로부터 도망칠 생각만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러나 카예타나의 손에서 꺼내주기엔 죄가 많은 계집 아닌가. 무엇보다 저 손에도 화풀이할 물건이 필요하고. 어쨌거나 제게는 하나 남은 에스칼란테였다. 애당초 에스칼란테 때문에 이리되었으니, 에스칼란테를 잃어서는 안 되지.
—전부 헛소리군. 이렇게 의미없는 것을 파고들 시간에 네 아들의 시신을 어찌 수습할지나 생각해, 카예타나.
—…….
—길바닥에 깔려 죽었다는 말은 아주 온건한 표현일 테니.
***
「천국을 향한 노자를 쥘 손도, 금화를 물 입도 없는 발렌자의 사자」
「황태자를 그날 죽인 것은 델레온의 농부들이 아니라 에스칼란테 대령의 놀라운 위명과 정의」
「전몰한 카셀 에스칼란테 : 단지 멘도사에 남긴 그의 이름만으로 황실의 배반한 형제를 처단하다」
「국장 생략, 황제의 뜻… 황실의 추모와 기념 없다」
「범인 수색 난항, 거짓 자수가 너무 많아 도리어 신빙성 떨어져」
「세뇨리따 돌로레스, 미사 도중 졸도… 미궁에 빠진 혼담의 향방은?」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제 누이 혼사에 밀려나?
이네스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신문을 넘기다, 이윽고 별로 볼 것도 없다는 듯 그것을 도로 반듯하게 접었다. 1면으로 돌아온 시선이 잠깐 그 위를 훑었다.
「누구나 언젠가는 주머니가 없는 수의를 입는다 - 우리의 황태자 전하께서 그러하셨듯이」
신문의 가장 첫 문장에 시선이 다시 머무른 것은 정말이지 잠깐이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것을 무심코 바라보듯이.
그녀는 이윽고 오스카르를 완전히 잊고서, 제 침실로 들어서는 이사벨라를 향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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