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llo Roto: Este matrimonio fracasará de todos modos 372
El río fluye hacia el mar, pero no logra llenarlo (38)
애초에 멘도사의 외성이 농기구를 든 한낱 농민들에게 잠시나마 뚫렸던 까닭은 마땅히 그곳에 있어야 할 경비 병력이 수일 전부터 온통 황제의 궁정 안팎을 수비하는 데 동원되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불안이 극에 달한 것이 그렇게 점차 명확해졌다. 물론 황태자를 순식간에 끔찍하게 척살시킨 ‘문제의’ 델레온 농민들은 우연찮게도 가장 빨리 합심을 하였을 뿐이고, 파도처럼 멘도사 성내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인구도 가졌으며, 그들 중 감히 황태자를 척살한 역도들을 단 하나도 ‘특정할 수 없을’ 지경으로 수십 명의 손과 발이 황태자를 순식간에 걸레짝처럼 너절한 시신으로 만들어놓는 협동심을 선보임으로써 서로를 보호하는 연대능력까지 갖추었다.
그리고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맞닥뜨려야 했던 외성의 병사들은 멘도사가 뒤집힌 그날로부터 ‘상부의 상부’로부터 내려온 지침상 ‘무장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였는데, 어쩌면 그것이 황실이 끝내 맞이하고 만 참상의 서막이었을까?
최초의 곡괭이가 동문을 내려치던 순간에도 몇 남지 않은 경비병들 사이에서는 ‘농부가 농기구를 든 것’을 ‘무장한 상태’라 해석할 수 있는가부터 잠깐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민심은 벌써 수십 일째 성나 있고, 군병들은 최대한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진압하려 들다 군중 속으로 끌려 들어가 온몸을 죄다 얻어터져도, 각종 신문들은 그들의 발에 몇 번 걷어채인 시민들만 그리기 바빴다.
「군화에 걷어차이는 소년」 따위나 「끌려가는 노인」으로 그려내는 모든 것.
언론이야말로 오르테가 인들이, 멘도사 민중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 그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고, 무엇은 알고 싶지 않아 하는지도 알고 있다. 부추기는 법이야말로 가장 잘 알고 있고.
이네스 에스칼란테의 투옥에서부터 촉발된 이 모든 사건을 다루는 도중에 몇 번 일어났던 유혈 사태로 군중은 아주 약간이라도 핍박과 억압을 떠올리게 하는 일에 더욱 민감했고, 황제는 그들이 민감하다면 더더욱 민감했다.
그러니 농부들이 든 것이 곡괭이 따위가 아니라 잘 장전된 총이었다 해도 외성의 경비병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최소한의 자기방어도 할 수 없게 무기를 다 빼앗고는 거기에 잘 서서 자길 지켜보라는 주군에게 무슨 충성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러고는 진압을 해내지 못한 것에 책임을 묻겠다니!
멘도사는 수십 일째 진통 중이었고, 황제의 군병들은 수십 일째 방패도 칼도 없이 그저 아군의 표식이 커다랗게 새겨진 옷만 주워입은 채 적진 한가운데 선 신세였다.
고로 놀랍지 않게도, 멘도사의 외성 동문에서 차출되지 않고 남은 자들 중 지친 자들이 도주했다. 남은 자들은 숨었다. 이외의 방법이 있으랴? ‘진압하지 말고 해소하게 하라’고 명한 것이 황제셨다. 그러잖아도 멘도사 외성의 동문은 많은 병력이 배치되었던 곳이 아니었다. 그 문 너머에는 말 그대로 ‘소작농들이나’ 있는, 멘도사 방위상 중요할 것이라고는 하등 없는 위치였으니까.
말단의 경비병들조차 사람 취급 않던 그들을 누가 경계하랴. 그러니 결국에는 그들의 분노가 이겼을 것이고, 결국에는 그들이 멘도사 한복판에서 함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멸시는 단지 그들의 여정을 좀 더 용이하게 했을 뿐이다.
동문에서 단 하나의 병사도 차출되지 않았다 한들, 혹은 무력행사가 허용되었다 한들 그들이 델레온으로부터 밀려드는 끔찍한 인산인해를 끝내 어떻게 감당했을까. 설령 그들이 그렇지 못했다 해도 무엇이 변했을까.
카셀 에스칼란테가 전사했다는 비보에 분노한 것은 단지 멘도사 동부 델레온의 농민들만이 아니었다.
이네스 에스칼란테의 석방을 외치며 벨그라노로 향했던 이 모든 일의 최초로부터, 또는 그녀의 무죄와 황태자의 유죄를 주장하며 도시 곳곳에서 저항이 일어났을 때부터……. 가련한 에스칼란테 소공작부인이 그 역겹고 잔인한 구렁텅이에 빠졌을 당시 이미 영웅의 아이를 잉태하고 있었노라는 사실이 밝혀졌던 날부터는 또 어땠던가?
갑작스러운 것이라고는 없었다. 이미 궁정 앞에서는 연일 황태자의 폐위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단발적인 폭동이 끊이지 않고 있었고, 이것은 사소한 폭동이 잦은 오르테가에서도 결코 역사상 흔한 일이 아니었다. 감히 한낱 신민들의 입에 황위 승계의 온당함이 오르내리다니!
오르테가 인들은 곧다 못해 부러지기 쉽고, 좀처럼 분노를 견디지 못하나 도리어 까마득한 권위에는 숨죽여 복종하는 충성스러운 근성을 가졌다.
그렇기에 오르테가 제국의 신민에게 흔히 군주란 하늘이고 황실이란 신들의 전당쯤 되는 양 여겨지기 마련이었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절대적인 성역이 아닌, 임계점의 높고 낮음에 달린 문제일 뿐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만큼은 오로지 당신의 패착이야.
그야말로 하늘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전당 한가운데. 카예타나가 남편을 저주하듯 씹어 뱉었다. 황제가 타는 듯한 목에 위스키를 연달아 밀어넣으며 벽을 노려 보았다.
모름지기 도달하는 지점이 높은 만큼 폭발은 더욱 거셀 수 있다. 심지어 기폭제는 그의 치세를 널리 드높인 어여쁜 카셀 에스칼란테였고….
그 어여쁜 것이 죽고서는 돌변해 올가미가 된 꼬락서니란.
카셀 에스칼란테. 에스칼란테! 징그러운 이름이 멘도사 하늘을 지배했다. 멍청한 신민들의 머리를, 어리석은 가슴을 지배했다. 황제는 이를 갈며 아내가 우는 얼굴을 응시했다.
오르테가의 역사상 몇 없었던 민란은 하나같이 황실의 계통을 바꿀 만큼 위중했고, 어떤 귀족의 반란보다도 더 치명적이었다. 그렇기에 황제가 애초에 두려워한 것이 그 역사 속의 민중들이었으며, 역설적으로 알지 못했던 것도 민중이었다.
이외에도 알지 못했던 것이야 많지. 이제는 씹어먹어도 성에 차지 않을 이네스가 제 아들의 칼날 아래 위협당했던 순간 에스칼란테의 아이를 잉태해 있었던 것을, 그 사실을 가장 유용한 시기에 터뜨려 멘도사 전체에 불을 질러버릴 것을 어찌 알았겠는가.
제 자식을 그리 계산적으로 이용해 먹는 가증스러운 계집 주제에 기어코 세상에 둘도 없는 가련하고 성스러운 성모 취급이나 받게 될 것을 알았으랴.
하루아침에 그의 빌어먹을 처조카가 눈치도 없이 전사해 이 모든 불행을 제게 불러올 것이라 감히 상상이나 했으랴!
진압하려 드는 순간 본래라면 이름도 남기지 못할 ‘작고’, ‘사소한’ 폭동은 역사에 기록할 필요가 있는 반란이 된다. 그리고 황제는 자신의 치세가 저를 평생 멸시했던 부황보다 훨씬 완벽하길 바랐고, 이제는 제 부황을 넘어서 자신을 전후한 약 이백 년간 이 오르테가를 집권한 황제들 중 가장 위대한 이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앞뒤로 한 세기씩, 저 홀로 빛날 업적의 위대한 산을 쌓아 올리고 있노라 일단은 자부하던 차가 아닌가.
그 완벽한 정복과 평정의 역사에 이토록 별 것 아닌 일로 소란이 벌어진 것을 굳이 반란이라 기록할 이유가 있던가? 그것이 결국에는 점차 ‘별 것 아니지 않게’ 되어가는 와중에도, 황제는 민중들의 반란이라는 치부를 인수하길 그간 고집스레 거부해왔다.
계집 보는 눈 하나 없는 아들을 둔 죄로, 역사에 제가 흘린 구정물인 양 오점을 남기는 억울함을 어찌 감수하겠느냐고.
어느 지방 귀족이 봉기한다면 두 뺨을 파들파들 떨며 가장 빠른 몰살을 요할 것이면서, 그가 민중들에게는 아량 아닌 아량을 베푸는 척 저를 소중히 지키기만 해온 이유는 근본적으로 단 하나였다.
저마다의 사정 따윈 어찌되었든 신민들 눈에 그저 호의호식하던 귀족의 반역은 배은망덕한 것이지만, 백성들의 민란은 치세의 수치이며 폭군의 증거였다.
황실에는 어떤 그럴싸한 명분도 없기까지 했는데, 황제는 적어도 이 부분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오르테가 인이라면 누구나 배신을 역겨워한다. 신하가 주군을 배반하는 일처럼 흔한 이야기도 없지만, 그렇다고 주군이 신하를 배반하고 형제가 형제를 배반하는 것이 높은 이의 권리로 여겨지기란 어렵다.
형제들을 죽이고 이 자리에 오른 제가 즉위 초 신민들의 반감에 얼마나 허우적거리며 살았는지, 저 잘난 에스칼란테의 황후가 알 리 없다. 오스카르는 카셀을 배반했고, 그는 반평생 넘게 자신이 헌신한 이 제위의 공로를 모두 수포로 돌리고 그 어린 날의 무능한 황자놈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명분이 있다.
‘불행하게도’ 그렇다. 얼마나 제 아들이 형편없는 것이었든 간에, 황족 중 가장 고귀한 자를, 한낱 오물과 거름이 묻은 소작농들의 발 수십 개가 짓뭉개 죽였다. 그것이 그저 견뎌낼 수 있는 수치인가? 성난 군중에 밟혀 죽었다는 말이나 그들이 때려죽였다는 말로 떠돌게 될 풍문이 그나마의 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군중 속에서 코웃음 치는 짐승들이 증명할 것이다.
오르테가의 빛나는 황족으로 태어나 맞이할 수 있는 가장 모멸스러운 죽음이 제 아들에게 닥치기까지, 그렇게 죽을 때까지 때리고, 마구잡이로 달려들어 저마다 든 곡괭이며 하찮은 그 모든 철과 날로 황태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그마치 오십 군데를 찍어내리고 찢어 죽이면서…. 남루한 소작농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악마들이, 이 폐태자의 숨이 붙어 있을 적에 두 손과 성기를 잘라냈노라 자랑하며 행진의 제물로 치켜들었다.
보라, 이것이 결백한 이네스 에스칼란테를 탐하던 손이다! 제 형제의 아내를 강간하려던 손이다! 백성들이 역병에 신음하고 굶주림에 몸부림칠 때 간음과 난교를 일삼던 손이다! 그는 천국에 노자를 들고 갈 손이 없고, 금화를 물 입이 없다! 그에게는 더 이상 왕관을 쓸 대가리가 없고, 좆이 없어 지옥에서도 여인을 탐하지 못할 것이며, 눈이 없어 남의 아내가 아름다운 것을 보지 못하리라!
그리하여 거짓 한 점 없는 진실한 죽음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진 그 얼굴을 절반이나 남겨놓았노라. 이제는 이 세상에 죽고 없는 카셀 에스칼란테를 대신해 민중이 부패한 황족을, 한낱 배신자를 심판한다…….
그 비참한 고통을, 길가의 쓰레기나 짓이기는 듯한 죽음을, 시신 위로 쏟아졌던 조롱과 저주를… 이는 그저 주살 당한 것이 아니다. 어느 날 황태자가 정적에게 시해당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황실의 근원에 대한 모독이다. 황제도 언젠가 그리 죽일 수 있노라고, 더러운 미물만도 못한 것들이 세상을 다 가진 양 외친 것이나 다름없다. 황제의 오욕이었다.
역병처럼 민중의 머리를 돌아다니는 광기가, 저마다 자신의 손이 저지른 일이라고는 이 끔찍한 죽음의 수백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자기 세뇌로 눈을 가리면서….
고작 그놈이 갖지도 못한 여자로 인해. 끝내 다리를 벌려준 적도 없는 계집의 보복으로 모든 것이 부풀려진 것이다. 황태자를 거부하고 고작 칼에 두어 번 베인 것으로 가당찮은 앙심을 품고, 전장에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는 남편이 죽은 것으로, 고작 그따위 이유로 오르테가의 황태자를 그 목숨의 뿌리까지 뽑아낸 것이다…. 발레스테나의 빌어먹을 아비를 닮은 제 낯짝에는 먼지 한 점 묻히지 않고서…….
처음부터 그렇게 밀어넣은 구렁텅이였다. 처량한 눈물 따위를 팔면서, 라스 산디아고 내내 황제의 용인을 빌미 삼아 제멋대로 휘두르던 신문으로 교묘한 언어를 팔면서. 그렇게 가증스러운 선동으로 발레스테나 계집은 오스카르에게 목줄을 묶고, 발을 빠트리자 무릎까지 빠지게 더 깊이 땅을 파고, 무릎이 빠지자 허리까지, 허리까지 묻히자 머리끝까지… 점차, 그렇게 더 깊이 파 황태자가 다시 기어 올라오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게 그 입을 틀어막았다.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 때문이야! 당신 때문이라고!
—시끄러워!
카예타나가 끝내 정신을 놓다시피 비명을 질렀다. 황제가 제 발 아래 신경질적으로 술잔을 내던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 구렁텅이에서 이미 찢긴 아들의 시신을 이제 와 건져올려야 하는가? 왜?
Si te gusta mi trabajo, puedes apoyarme comprándome un café o una donación. Realmente me motiva. O puedes dejar una votación o un comentario 😁😄

0 Comentarios